

제목 | 제가 문헌공파였네요 | |||
작성자 | 정민기 [2022-11-14 12:41:29] | |||
이메일 | jmg_seelove1@hanmail.net | |||
홈페이지 | blog.naver.com/jmg_seelove1 | ||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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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동안 본관만 경주라는 것을 알았는데, 오늘 문헌공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. 카톡ID; jungmingi1004
여행자
정민기
강제 노동하고 온 사람처럼 그의 발은 부르트고 가뭄처럼 메말라 있다 잔뜩 배가 부른 배낭은 묶인 목줄 같은 두 팔을 빼고 편안하게 나자빠져 있다 저녁도 거르고 싶어질 정도로 걸어온 그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뒤적거리다 이내 찾아낸 물병자리 뚜껑을 열어 벌컥벌컥 들이켠다 다음 날이 되어 다시 걸으려는 그의 머리 위 하늘이 짓궂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짙은 먹구름을 만들고 있다 이윽고 먹구름의 소매 끝을 벗어난 가련한 눈물이 그의 갈 길을 구슬픈 소리로 적셔나간다 하늘 곳곳에 매복하고 있던 사나운 짐승들이 우르르 쾅쾅 울부짖느라 야단이다 그는 비가 그치기까지 펜션에서 머물다 가려고 다시 배낭을 목줄 같은 두 팔에서 스르르 풀어낸다 별이 보이지 않아 자장가도 없고 빗소리만이 두 귀를 깨워 말똥말똥 듣고 있다 핏줄 같은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그도 나처럼 Rh+ O형인 혈액이 한창 흘러가고 사치스러운 입담은 티끌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창문으로 바라보는 앞산은 병풍처럼 안개가 드리워진다 비 오는 날이라서 저 푸른 도서관도 오늘은 발길이 뜸해 대출률이 떨어진다 그는 생각하는 동상처럼 쪼그리고 앉아 디저트로 달콤한 생각을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창밖에는 바람이 먹구름을 쓸어내느라 밀고 있다
정민기 (시인, 아동문학가)
[프로필]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<무진주문학> 신인문학상 (동시 부문) 2009년 월간 <문학세계> 신인문학상 (시 부문) 경력 '사이버 문학광장' 시·동시 주 장원 다수 / 동시 1편 월 장원<책 기타>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,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《추수 끝난 들판을 위한 노래》 등, 동시집 《꽃잎 발자국》 등 동시선집 《책 기타》, 시선집 《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》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《여가 진도여》(공저)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
e-mail : jmg_seelove1@hanmail.net |